참사 현장의 '밥셔틀'과 '우산받이'

 

 

"여기 정말 가관이야. 실종자 가족들은 비를 맞으며 가족을 애타고 기다리고 있는데, 와서 뒷짐지고 씌워주는 우산 쓰고 다닌다. 쯧쯧".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전화기 너머로 들은 하소연입니다. 여객선 침몰 사고가 난 후 한 정치인이 현장을 방문했는데, 꼭 이렇게 했어야 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하는 전화였습니다.

꼭 정치인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소위 고위공직자라고 하는 이들의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이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데, 이 곳에는 때아닌 '밥셔틀'이 등장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성이 큰 쟁반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마치 부페에 온 것처럼 밥 두 공기와 국, 반찬을 골라 담습니다. 어느정도 쟁반에 구색을 맞췄다고 생각했는지 실내체육관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이곳에는 이번 사고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관련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나와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멀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누군가의 밥을 대신 꾸려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보건복지부 직원이 119 구급차량을 출·퇴근용으로 이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진도항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고급 한옥펜션에서 숙박하면서 119구급차를 자신들의 사적용도로 이용한 겁니다.

실종자 가족의 실신 등으로 돌발 상황이 빈발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중인 구급차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으로 쓴거죠.

한 정치인은 사고 직후 생사여부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경비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찾았다가 비판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안전행정부 한 고위 간부는 '인증샷'을 찍으려다가 유가족들에게 발견돼 해임됐습니다.

특히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구호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용품이 가득한 탁자를 밀치고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한 매체 사진에 찍혀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비단 이들뿐이겠습니까. 걸리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겠죠.

이제 여객선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11일째가 됐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이제는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더욱 간절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간절함을 뒤로 한 채 쇼맨십을 위해 현장에 왔다가 자신이 가진 권위를 내려놓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굳이 참사 현장에까지 와서 밥셔틀, 우산받이 등을 하며 자신들이 가진 권위를 티냈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무슨 장관', '어디 정치인' 이런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 '누구 아빠·엄마'의 입장으로 참사 현장에서 함께 슬퍼하고, 생존자가 있길 간절히 바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적어봅니다.

오늘도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항에서 구조 상황을 들으며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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