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피자' 논란의 전모

 

 

지난달 29일 새벽 6시 진도항. CBS 기자를 포함한 취재진 10여명과 실종자 학부모 2명은 다이빙벨을 실은 알파 바지선에 승선했습니다.

다이빙벨은 잠수사들이 오래도록 잠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중 잠수장비입니다.

그냥 잠수장비일 뿐이지만 다이빙벨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구조를 주도 하고 있는 해경 측에서 다이빙벨 투입을 막았다'는 의혹부터 '다이빙벨은 위험하다',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주장까지 찬반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하는 민간 잠수업자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일부 보수 언론에선 색깔론까지 제기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실종자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알파 바지선은 이날 다시 한 번 구조 및 수습에 투입됐습니다.

알파 바지선은 진도항을 떠난 지 12시간 만에 민관군 합동 구조대가 수색 작업 중인 '언딘 리베로호'와의 접안에 성공했습니다.

그때까지 민간 잠수사들과 학부모, 취재진은 밥 한 끼니 제대로 못 때웠습니다. 이종인 대표와 잠수사들은 최종 테스트를, 학부모들은 해경과의 협조를 위해 회의를, 취재진은 취재와 기사작성을 하기 바빴습니다.

다이빙벨이 설치될 수 있을까 걱정하던 모두는 오후 6시쯤 '접안'에 성공하자 한시름 놓고 다이빙벨 투입에 이은 구조에 성과가 있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때, 피자와 치킨 너겟이 등장했습니다. 민관군 합동구조단이 띄운 해경 경비선을 통해 바다 한가운데로 도착한 구호품이었습니다.

그 구호품을 언딘 리베로호뿐 아니라, 알파 바지선에도 나눠준 것입니다.

긴 시간 동안 허기에 굶주렸던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감사히 피자를 먹었습니다.

문제는 먹고 난 후였습니다. 약 1시간 반만에 한 우익 인터넷 매체에서 <파도에 다이빙벨 무용지물, '구조' 대신 '피자?'> 라는 다소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피자를 먹은 잠수사, 학부모는 물론 취재진까지 모두 기가 찼습니다. 끼니로 먹은 피자 한 조각까지 기사로 나오는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섭니다.

한 기자는 기사에서 나오는 사진이 언딘 측에서 찍은 각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 기자는 접안된 언딘 리베로호에서 사진을 찍던 한 학부모가 이 기사를 쓴 기자인 줄 알고 착각해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은 어떤 기자가 이 사실을 밖으로 정보보고했는지, 그 순간에 사진까지 찍었는지 서로 의심하기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기사를 쓴 매체의 기자는 알파 바지선에 탑승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트위터 등 SNS상에선 피자 한 조각으로 보수 대 진보 색깔 논쟁까지 번졌습니다.

지금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실종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은 하루 빨리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와 수색에서까지 밥그릇 다툼이 있었던 사실들이 CBS 노컷뉴스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들의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빙벨 투입이 민관군 합동구조단의 수색 작업에 방해만 안 된다면 투입되는 것이 맞다는 게 실종자 부모들의 판단이었습니다.

해경과의 협조 속에 다이빙벨이 투입되기 때문에 민관군 합동구조단의 수색 작업에 피해를 주진 않는다고 합니다. 성과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다이빙벨 투입에 대한 섣부른 평가로 깎아내릴 필요도, 너무 앞서 나가 과대 평가를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피자 논란'으로 극명하게 드러난, 불필요한 색깔 논쟁이 구조 작업에까지 번지는 것이 몹시 불편합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실종자 학부모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사고 해역에 온 학부모는 말했습니다.

"다이빙벨 성과? 그건 봐야 하는거죠. 모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조되길 바랄 뿐입니다. 수색 작업이 자꾸 느려지고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아서 답답할 뿐입니다. 누구든 상관 없습니다. 그냥 빨리 구조해줬으면 할 뿐입니다".

그것이 다이빙벨이 아니라, 지푸라기, 심지어 썩은 동앗줄이라 해도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은 한결같을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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