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이 곧 '치유'이자 '통합'…文앞에 놓인 숙명들

9년 만의 정권교체, 그 환희도 잠시. 10일 곧바로 출범할 문재인정부 앞에는 당장 시급한 국내외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국민들이 염원하는 개혁과 통합, 그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루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스스로의 다짐처럼, '개혁'과 '통합'이란 두 가지 숙명이 그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탄핵과 조기 대선을 이끌어낸 촛불 민심이 무엇보다 부르짖어온 건 바로 적폐 청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첫 단추는 문 당선인의 옷깃 위에 노란 배지로 걸려있다.

"새 정부는 곧바로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던 후보 시절 공약의 관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 본연을 회복하는 첫 시금석이다.

친일파 척결 실패의 교훈에서 보듯 제대로 된 청산이 없다면, 남은 적폐를 지키려는 세력과의 통합이나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능할 리 없다. 켜켜이 쌓여온 폐단들을 하나하나 치워가는 과정이 바로 치유이자, 통합인 까닭이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비리, 방산비리, 자원외교비리도 다시 조사해서 부정축재자금이 있으면 환수하겠다"는 문 당선인의 약속이 '정치 보복'과는 전혀 궤를 달리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만 바라본' 국방 외교가 부른 남북 경색과 사드(THAAD) 갈등도 원점부터 다시 근본적 해법을 찾아가자는 게 이번 대선에서 표출된 국민의 요구다. 

문 당선인측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사안은 사드 문제"라며 "현재 진행중인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하고 미국과 중국의 요구사항을 청취하면서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도록 할 것"이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박근혜-이재용 게이트'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경유착의 독버섯을 발본색원하는 작업도 중차대하다. 성장률 제고에 집착한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 무게중심을 이제는 균형 성장과 공정한 분배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남근 변호사는 "차기정부는 절대로 747이니 474같은 수치를 목표로 내세워선 안된다"며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 노동자를 육성해 가계 안정과 내수 내실화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마인드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 역시 "이명박정부 당시 법인세가 25%에서 22%로 인하돼 엄청난 사내유보금만 쌓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보완책을 마련해 강제적 낙수효과를 유도하고 노동이사제 도입 등 동반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헬조선' 오명을 부른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다. "임기내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핵심 공약을 이행하려면 당장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착수해야 한다.

민주노총 침탈과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벼랑끝으로만 치달아온 노정(勞政) 관계 복원, 또 갈수록 심화되는 노동 양극화 해소 역시 '제3기 민주정부'의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당장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6월까지 책임있게 결정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해소를 포함한 노동법 개정 문제나 현안들을 노동계와 직접 테이블에 앉아서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뿌옇게 만드는 중국발 미세먼지, '내일'을 뿌옇게 만드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새 정부가 곧바로 공을 들여야 할 현안들이다.

문재인 당선인이 이끌 차기 정부는 과연 이처럼 방대한 과제들을 넘어 대선 슬로건대로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든다)를 이뤄낼 것인가. 그 성패를 가를 첫걸음이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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