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형평성' 내세웠지만…'훼손 우려' 더 키운 기재부

정부가 대기업이 주로 소유한 빌딩이나 상가 등 별도합산토지는 보유세 인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개편 취지와 정반대로 '조세 형평성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는 주택과 종합합산토지, 별도합산토지로 나눠서 매겨진다. 보유세는 누진적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이렇게 쳐있는 '칸막이'는 세(稅)부담을 일차적으로 크게 줄여주는 범퍼 역할을 해왔다.

특히 대기업 빌딩과 상가, 공장 부지 등이 8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별도합산토지는 세율이 훨씬 낮게 적용된다.

주택은 과세표준 6억원 이하(시가 23억원)일 때 0.5%의 종부세가 부과되지만, 별도합산토지는 200억원 이하일 때 0.5%, 400억원을 넘어도 0.7%에 불과하다.

과표 94억원 넘는 주택이나 45억원 넘는 나대지 등 종합합산토지에 2%가 부과되는 것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조세 형평성을 감안해 "별도합산토지 종부세율을 모든 구간에서 0.2%씩 더 올리자"고 권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일반 국민들이 보유한 주택분에 대해선 특위 권고안보다 세율을 더 올리면서도, 별도합산토지는 그대로 가겠다며 정반대 방침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율 인상시 원가 상승, 임대료 전가 등의 우려가 있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위 건의안과는 달리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매년 최대 4534억원에 이를것으로 예상됐던 별도합산토지 종부세 증가분이 제외되면서, 종부세 전체의 연간 세수 효과도 특위 추산치인 1조 1천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7422억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주택분은 3주택자 0.3% 중과세와 과표 6억~12억원 구간의 0.1%p 세율 인상 등을 추가하면서, 특위 권고안의 897억보다 두 배가량 많은 1521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 개편안을 두고 "조세 형평성을 오히려 더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주택을 보유했든, 상가 빌딩을 보유했든, 나대지를 보유했든 세금 체계는 공평해야 한다"며 "지금껏 기준 자체가 불공평했고 별도합산토지 증세 거부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유세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이 조세 형평성 제고에 있는데도, 정부가 단기적인 집값을 잡는데 매몰되면서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그마저도 '잘못 휘둘렀다'는 얘기다.

경실련이 5대 대기업의 서울시내 주요 부동산 공시가와 시세를 비교한 결과, 시세반영률은 불과 39%였다. 실제 가치는 55조원에 이르지만 공시가 총액은 21조원으로, 해당 부속 토지에서만 연간 2200억원의 보유세 특혜가 발생하는 셈이다. 

기업의 '생산적 활동'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도 별도합산토지 보유세를 올리는 게 오히려 맞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들 대기업이 생산과 투자 대신 토지 소유에 열을 올리게 하는 근본 배경에 '낮은 세 부담'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유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토지 보유세가 임대료 등으로 전가되지 않고 생산원가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건 경제학 원론에도 나와있는 사실"이라며 "토지 투기 같은 비생산적 활동에 관심을 덜 가지게 하려면 보유세 강화가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별도합산토지 세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건 재벌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투기이익을 계속 보장하겠다는 것"이라며 "토지의 효율적 사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론 수렴과 검토 작업 등을 거쳐 오는 25일 열리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종부세 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지만, 지난 6일 내놓은 초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정부가 혁신성장을 앞세워 '친(親)대기업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걸 감안할 때, 이번 '보유세율 특혜' 역시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2018-07-1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