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도 다시 줄인다…'낙수이론' 회귀하나

이명박정부 시절 '부자 감세'로 반토막난 법인세를 정상화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일년여만에 '친기업 감세 모드'로 돌아섰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의 세수 효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이 명확하다.

해마다 전년도를 기준으로 삼는 순액법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2조 5천억원, 올해를 기준연도로 삼아 대비하는 누적법을 따르면 무려 12조 6천억원의 감세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문재인 정부가 집권후 처음 내놓은 세법개정안의 최대 화두는 대기업 법인세와 초고소득자 소득세를 강화한 '부자 증세'였다. 이를 통해 서민 생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고, 그 핵심은 법인세 강화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초거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적정 과세의 가장 큰 의미는 법인세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가졌다가 완전 실패한 MB정부 감세 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대기업·고소득자에게 정부가 각종 혜택을 집중한 뒤 경제 성장의 과실을 나누겠다는 보수정권의 '낙수이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서민·중산층의 근로·사업소득 강화와 복지정책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재벌·초거대기업·초고소득자으로부터 거둔 '핀셋증세'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율에서 과표 2천억원이 넘는 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로 2조 55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충하는 등 법인세수만 순액법 기준 2조 5599억원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법인세 세수효과가 순액법 기준 4581억원, 누적법 기준으로는 1조 778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여 '부자감세'로 180도 정책기조가 바뀌었다.

물론 지난해와 달리 최근 경기가 악화되면서 자연스레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또 지난해 세수에서 법인세가 전년 대비 7조 1천억원 늘어난 59조 2천억원 걷히는 등 세목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점을 감안하면 조정 여지도 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법인세를 많이 올리는 것은 전체적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고 경제활동 위축 요소가 되므로 다른 나라들도 낮춰주는 추세"라며 "특정 공제나 예외 형태로 낮추기보다는 전체적 세율 조정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세수 절감 혜택이 대기업·고소득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이 7882억원 가량 늘어날 거라며 '부자 증세' 기조는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조 2683억원에 달했던 고소득자·대기업의 세부담 인상분과 비교하면 올해는 1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낮은 세부담 인상분조차도 실제로는 지난 6일 발표된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따른 효과에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종부세 인상안은 지난 3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강화안부터 겨우 1조원 안팎에서 늘어날 것으로 추산돼, 세간의 관심에 비해 증세 효과는 낮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재정특위의 강화안 발표로부터 불과 사흘 뒤 기획재정부는 일반 국민들이 가진 주택분에는 권고안보다 세율을 더 올린 반면, 주로 기업이 보유한 별도합산토지는 아예 건드리지 않기로 결정해 노골적으로 '부자 감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관료들이 '종부세 힘빼기'에 성공한 와중에도 종부세 개편에 따른 세수확대분이 고소득자 2800억원, 대기업 6100억원으로 각각 2200억원과 5700억원인 전체 세금 부담 인상분보다 크다. 

결국 수년 전부터 예상됐던 '리스크'인 종부세 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고소득자·대기업을 향한 각종 세제 지원이 확대되면서 각각 600억원, 400억원씩 세금을 줄여준 셈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얼핏 대기업 세부담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부세 영향에 대기업 감세를 가렸다고 봐야 한다"며 "더구나 재정특위의 권고안보다 훨씬 약한 개정안을 내놓고 이를 근거로 증세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법인세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기업의 세부담을 줄이는 '마술'은 정부가 풀어놓은 각종 세제지원 '선물'에 숨어있다.

대표적 사례가 이번에 신설된 '성과공유제'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근로자 간 경영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라고 규정하면서 중소기업으로부터 성과급을 받는 노동자에겐 소득세 50% 감면 혜택을, 기업에는 지급한 성과급의 10%를 세액공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성과공유 정책은 대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초과이윤 공유세제'가 핵심"이라며 "법인세 부담을 늘리는 대신 하청기업과 성과를 나눌 때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을 택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나, 수소차 등 일부 항목에 대한 지원은 결국 이를 주도하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충분한 재원을 확보한 대기업을 위한 R&D(연구개발) 지원 형태의 세제 혜택은 오히려 줄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큰 그림에서 불로소득에 대한 종부세는 더 강화하는 대신 생산소득의 조세를 감면해야 했다"며 "법인세 부담도 더 올려야 각종 경제민주화에 필요한 재원 및 정책적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성장 촉진에도 더 우호적일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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