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정지' 뒤늦게 내밀었지만…나머지 BMW 9만여대 괜찮을까

정부가 BMW 일부 차량에 대해 사상 초유의 '강제 운행정지'에 나설 방침이지만, 화재 원인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미봉책에 그칠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8일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0일부터 본격 리콜에 들어갈 BMW 차량은 520d 등 42개 차종 10만 6317대이다. 이에 앞서 BMW측이 진행중인 긴급안전진단을 마친 차량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5만대 안팎이다.

안전진단이 끝나는 14일까지 남은 엿새동안 하루 9천대씩 진단을 마쳐야 하는 강행군이 불가피한 셈이다. 

진단을 마친 차량 가운데 9%가량에서 문제가 발견된 걸 감안하면, 최소 1만대 이상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운행정지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37조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교체 부품인 신형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리콜 개시 이후에도 수리가 늦어지면 운행 정지 기간이 더 길어질 개연성도 크다.

문제는 BMW 차량 소유주들이 운행 정지 명령을 어기더라도 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관리법상으론 차량 소유주가 운행정지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돼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차량 소유주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게 아닌 만큼, 처벌 규정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다 해도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운행정지에서 제외될 9만여대는 과연 도로를 활보해도 문제가 없겠냐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안전진단은 BMW측이 추정하고 있는 화재 원인인 EGR 부품 내부를 내시경 장비로 들여다본 뒤, 침전물이 별로 없다 싶으면 통과되는 방식이다. 이러다보니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BMW차량에서 화재가 나는 사례까지 발생했을 정도다. 

특히 상당수 전문가들이 EGR 이외의 소프트웨어 결함 등 다른 원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뒤늦은 리콜과 운행정지 조치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계속될 거란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김현미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조사 과정에서 사고원인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정부는 즉시 강제 리콜을 명령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EGR 아닌 다른 원인이 발견될 경우 리콜 계획의 전면적 수정과 재검토는 물론, 백지 상태에서 다시 안전진단과 운행정지 명령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단 정부는 당초 10개월로 예상했던 화재 원인 조사 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해 최대한 올해안에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올들어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현황 집계마저 '28대'(지난 2일)→'32대'(3일)→'34대'(8일)로 허둥지둥 정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급한 불'을 끈 뒤 내놓을 조사 결과를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믿을지는 미지수다.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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