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낙수'냐 장하성 '분수'냐…내일 무게추 가닥

청와대가 고용 부진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재확인한 가운데, 23일 공개될 '2분기 가계소득동향' 지표가 향후 정책 방향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용 악화로 J노믹스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정책 근간인 저소득층의 소득여건마저 나빠졌을 경우 야권 등의 비판 공세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 5월말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동향' 통계는 사실상 소득주도성장 노선의 1차 변곡점이 됐다.

1분기에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6만 3천원으로 일년전보다 3.7% 늘어 16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근로소득은 명목 6.1%, 실질 4.7% 등 21분기만에 최고 증가율을 나타내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 128만 6천원으로 일년새 8.0% 줄어들며 통계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반면 최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1015만 1천원으로 9.3% 늘어 역대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러다보니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95배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1분위 소득이 많이 감소한 건 아픈 대목"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당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이라거나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은 별개"란 점을 강조했지만, 해당 통계의 후폭풍은 정반대로 향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주창자격인 홍장표 경제수석이 자리를 내줘야 했고, 김동연 부총리가 주장해온 속도조절론은 결국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와 문 대통령의 사과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갈등론의 정점에 서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의 '엇박자'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도 이무렵이다. 이후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나눠서 맡게 됐다.

청와대는 21일에도 "두 사람의 목적지가 같다"며 갈등설 진화에 나섰지만, 봉합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관료 특유의 대기업 중심 '낙수효과'에 기댄 김 부총리와, 근로소득 증대를 통한 '분수효과'에 주목하는 학자 출신 장 실장의 인식 간극이 워낙 커서다. 

문 대통령이 고용 개선에 "직을 걸고 임하라"며 팀웍을 주문한 지 하루만인 이날도 김 부총리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고용 상황이) 빠른 시일내 회복되긴 쉽지 않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연말쯤 나아질 것"이라는 장 실장의 전날 언급에 또다시 각을 세운 셈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필요하면 기존 경제정책을 개선·수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날은 한 발 더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구체적인 수정 대상으로 지목했다.

"여러 가지 시장 수용성 문제, 또는 우리 사회안전망,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 수의 21%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 적응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김 부총리의 속도조절론은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공약 파기나 산입범위 확대, 노동시간 단축 관련 단속 유예 등을 통해 이미 '정책 수정'까지 이뤄진 상태다. 노동계는 물론 문 대통령 지지층 내부의 반발과 이탈을 불러온 '수정'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만약 2분기에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거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면, 소득주도성장의 '궤도 수정'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가 주도하는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로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반면 전체 가구소득 증가추세가 유지되고 상하위 소득 격차도 줄어들었다면 장 실장이 이끄는 소득주도성장에 상대적으로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김 부총리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의 큰 틀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책의 수정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다"며 양쪽 모두에 일단 가능성을 열어뒀다. 

소득주도성장처럼 '단기 처방'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 수준의 정책 효과는 최소 2~3년쯤 지켜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매월 나오는 고용동향 통계만 갖고도 '정책 성패'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정치 지형에서 2분기 가계소득동향 통계는 어떤 방향으로든 커다란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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