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경기부진' 8개월만에 삭제…"바닥 의미는 아냐"

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7개월째 이어온 '경기 부진' 진단을 8개월 만에 멈췄다. 경제 여건이 전반적으로 더 악화하진 않고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그린북엔 '경기 부진'이란 용어가 포함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국내 경제 상황이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해왔다.

지난 4월과 5월엔 '광공업 생산·설비투자·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에 대해 부진하다고 판단한 뒤, 6~10월엔 '수출·투자'로 부진 범위를 줄였다. 이어 이번 11월호에선 '부진' 표현을 아예 삭제한 셈이다.

기재부 홍민석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경기 지표를 보면 경기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모습은 아니다"며 "경기가 개선·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나빠지지 않고 횡보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봐서 표현을 바꾼 건 아니다"라며 "성장 제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이 수출감소와 건설투자 감소란 걸 명확히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경기 하강 흐름이 일단 멈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9월 0.2p 상승한 데 이어 9월에도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다. 앞으로의 경기를 가리키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는 0.1p 상승했다.

그럼에도 수출과 건설투자는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며 성장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수출 잠정치는 일년새 14.7% 감소한 467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둔화와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째 감소세다.

반도체는 -32.1%, 석유제품 -26.2%, 석유화학 -22.6%, 일반기계 -12.1%, 자동차 -2.3% 등 주력품목들의 수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지역별로도 유럽연합 -21.2%, 중국 -16.9%, 일본 -13.8%, 중남미 -13.2%, 미국 -8.4%, 아세안 -8.3% 등 대부분 감소했다.

건설투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3분기 건설투자는 일년새 3.0% 감소, 지난해 2분기부터 6분기째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설비투자는 2분기보다 0.5% 증가하긴 했지만, 일년새 2.7% 감소했다.

반면 생산과 소비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3분기 민간소비는 일년새 1.7% 증가했고, 9월 소매판매 역시 일년새 3.3%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98.6으로 한 달 전보다 1.7p 상승했다.

9월 전산업 생산은 한 달새 0.4% 감소했지만 일년새 0.5%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2.0%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1.2% 건설업 -2.7% 등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내림세 확대에도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전년대비 0.0%를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일년새 0.8% 올랐다.

정부는 올해 남은 기간 예산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과 정책금융 및 무역금융 집행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민간 경제활력 제고 과제를 적극 발굴해 내달 발표할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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