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의 날'이 된 '제1회 기자의 날'


2006년 5월 20일은 잊혀지지 않을 날이 될 것 같다.

'제1회 기자의 날'인 이날은 다소 거하게 얘기하자면, 한국 언론사에 'CBS의 날'로도 길이길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반세기만에 기자협회축구대회 3위 입상의 저력을 보인 CBS의 자랑스런 축구 전사들.

대회가 끝난 뒤 축구팀 감독을 맡은 경제부 김모 선배는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기염을 토했다.

사실 이 코멘트는 너무나 CBS적인 것이다. '배고프다'는 곧 '헝그리 정신'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의미이며, 실제로 CBS는 21세기에도 '헝그리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독종 언론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CBS기자가 '헝그리'한 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CBS기자가 '헝그리 정신을 갖고 있다' 또는 '헝그리 정신밖에 없다'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임엔 분명하다.

어쨌든 축구대회로 온통 축제 도가니에 빠져있던 보도국엔 이날 저녁 '굶주림'에 요깃거리가 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보도국 근처 노래방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여지없이 연신 '말아대고 있던' 기자들이 축구 경기에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보도국으로 달려간 건 이날 저녁 7시 40분쯤 됐을까.

"박근혜 대표가 테러를 당했단다. 확인해라."

연일 계속되는 음주의 나날에 이날 하루쯤은 쉬어야겠다며 일찍 귀가하던 야당반장 선배가 올림픽대로에서 전화로 알려왔다.

하필 그 타이밍에 마이크를 잡고계셨던 정치부장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상황을 알린 뒤, 국회반장 선배에게도 대략 0.01초의 순간적 눈빛 교환만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그리고는, 셋이 모두 냅다 뛰었다. 헐레벌떡 보도국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1보를 확인하는 일. 순간 눈을 다시 씻어볼 수밖에 없었다.

'CBS노컷뉴스' 로고가 새겨진, 사건 당시의 생생한 사진들이 이미 온갖 언론과 포털들에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박이다!'란 느낌이 머리를 강타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앞 거리유세 현장에 나가있던 대학생 인턴 기자가 순간을 포착해 보내온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사진에 찍힌 현장의 모습도 충격적이었지만, 사진의 완성도나 충실도는 더욱 '경악'스러웠다.

박근혜 대표가 피습당하는 순간은 물론, 피습당한 뒤 상처 부위를 감싸안고 찡그리는 표정, 황급히 차로 피하는 모습, 피의자의 모습과 사용한 흉기, 오세훈 후보의 당황한 표정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야마'가 카메라 속으로 빨려들어가 있었다.

순식간으로 벌어진, 긴박하게 전개되는 현장에서 손끝 하나 흔들림 없이 명확한 포커스로 모든 상황을 담아낸 것이다. 근래 보기드문 사진 특종이다.

이후 보도국 상황에 대한 설명은 대외비(^^)이므로 중간 생략하겠다.

어쨌든 신군부의 독재와 언론검열에 반대해 제작거부 투쟁을 시작한 1980년 5월 20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기자의 날' 그 첫 해는 고스란히 'CBS의 날'로 자리매김하게 될 듯하다.

2006-05-21 오후 3:29:12 | ONnOFF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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