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로 '상수'가 된 安…文은 존폐걸고 뛰라

 

 

며칠전 SNS에 이런 글을 썼다. 대의를 위해 모든걸 버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정당성과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안철수가 내려놓은 2012년 11월 23일은 우리 정치에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정치에 이렇게 가슴 뭉클하고도 저릿하게 만든 순간이 또 있던가.

 

먼저 사퇴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모든 걸 내려놨다. 솔로몬에게 판단 근거를 줬던 그 감동, 지금 온 국민이 느끼고 있으리라 본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안철수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정치에 제대로 된 상수가 생겨난 것이다. 그것도 새정치를 내건.

 

그리고 그런 그가, 문재인 후보를 성원한다고 했다.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새 정치의 시작.

 

안의 그간 행보와 메시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가 강조해온 '진심'과 '선의'가 일관성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사실 단일화 토론에서 안이 한두 개의 결정적 질문만 던졌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안은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무도 예상치 못한 내려놓음과 함께 또다시 일관된, 그리고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단일후보는 문이며, 그를 성원한다고.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이라고. 국민과 새정치를 위한 노력 놓지 않겠다고.

 

남은 한달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진심이자 선의라고 본다. 안은 이 역시 지킬 것이다.

 

안 캠프와 지지자들이 당장 하루이틀은 망연자실하겠으나, 안의 이런 정신과 진심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건 문과 민주당이 정말 바통을 잘 이어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안이 더 큰 모습으로 부각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 은근 깎아내려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는데, 이건 패착 중에 패착이다.

 

안철수가 안 철수했다면 문재인에겐 더욱 문제인 상황이 닥쳐왔을 것이다. 거대 정당 민주당에도 존폐 위기가 닥쳐왔을 수 있다.

 

그런데도 문 캠프나 지지자 사이에서 '아름다운 단일화'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는 건 대단히 유감이라 본다.

 

안과 그의 결단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킬수록 문에게도 득이 된다. 안이 오늘 이상 더 아름답거나 신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본다. 그건 문측 일각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끝까지 여론조사나 담판으로 가서 이겼다면야 문의 권위나 체면은 더 세웠겠지만 국민에 주는 감동의 폭은 달랐을 것이다. 문도 참 대단한 인물이어서 문측들과는 또 판단의 스케일이 다르니 그나마 다행이라 본다.

 

아쉬움은 온전히 안측의 몫이다. 문측은 이제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본선에서 진다면 다시 존폐 위기다.

 

문의 적은 안이 아니다. 밖에 있는 박이다. 그리고 문은 이제 그저 문이 아니다. 안에 안이 녹아있는 문이다. 진영 전체의 존폐가 걸려있다는 각오로 뛰라.

 

※역사적 순간으로 남은 2012년 11월 23일, 페이스북에 쓴 글들을 모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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