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세 번 찾아온 '인민군 朴대장'
▶영화 '실미도'로 유명해진 북파 공작부대인 '684 부대'가 북한의 '124 부대'를 모델로 창설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124 부대'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도 계실텐데, 68년 1월 21일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던 '김신조 일당'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누군가의 '목을 따기 위해' 고도의 지옥훈련을 받았다는 점, 부대원이 31명이었다는 점에서 두 부대는 공통점을 지닌다. '적국'의 수도 한복판까지 잠입해야 하는 임무, 게다가 가장 경계가 삼엄한 국가 원수의 침실까지 침투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임무를 지녔다는 공통점은 당시 '전쟁 불사'의 남북관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124부대가 목적지인 '적국 수도'의 청와대 코앞까지 침투에 성공한 반면, 684부대는 '..미스테리로 남은 '아베 잠행 소동'
"아베는 잠행 형식으로 이미 두어번 몰래 방한한 일이 있다". CBS의 확인 요청에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외교부 관계자는 마치 '미리 입을 모은 듯' 얘기했다. 아베가 지난 10월말 비공식으로 방한했다는 내용은 이미 공개된 바 있지만 이를 다시 확인한 데는 연유가 있다. "지난 3월 아베가 몰래 방한해 이명박 전 시장만을 만나고 갔다"는 일종의 '설(說)'이 정치권에서 나돌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일본의 '유력 차기 총리'였던 인물이 몰래 한국에 잠입해, 당시 국회의원도 아니었던 한국의 '유력 대권 후보 단 한 사람만' 만나고 갔다면 시쳇말로 '얘기'가 되는 건 물론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이 몇몇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지난 3월"임을 거듭 언급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기사를 완성하고 세상에..경륜의 유머 보여준 '자동폭탄주'와 '和에는 甲'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11일 한나라당 한 모임이 초청한 간담회에 연사로 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 사건'이다. 본류를 거슬러 따지자면 군사정권 시절에는 첨예한 대척점에 서있던 양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색한 만남일 수도 있던 이날 자리를 시종 화기애애하게 만든 것은 중진 정치인들의 연륜에서 배어나온 유머였다. 한화갑 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한나라당이 저를 만나자고 하신다길래 혹시 한나라당에 무슨 변동이 있나해서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왔다"고 운을 뗐다.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개봉박두한 정계개편에 쏠려있는 점을 빗댄 농담이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박희태 부의장이 오신다길래 왔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DJ정권 시절 여야 원내총무로서 때론 부딪치고 때론 타협했던 사이다. 자연스레..'소주'와 '보드카'의 차이
참여정부 들어 한미간 엇박자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된 대정부 공세 논리였다.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논란 역시 이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작 한미간 현안에 대한 시각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곳은 한나라당임이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14일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이날 오후 버시바우 대사의 예방을 맞은 강재섭 대표는 "한미 관계가 노무현 대통령 정권 들어 상당히 위기"라며 "현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겉으로만 한미 관계가 좋다고 할 뿐 실상은 그렇지 않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이제 정부만 믿고 있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미국과 여러 채널을 유지해 미국의 진심과 우리의 갈 길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행동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박근혜가 사과해야 한다
유비가 천하통일의 대몽(大夢)을 갖게 된 것은 제갈량을 참모로 얻게 되면서부터다. 그리고 그 계기는 참 아이러니컬하다. 유표에게 몸을 맡기고 있던 유비는 유표의 부하인 채모의 계략을 피하려다 길을 잃었는데, 우연하게도 당대의 뛰어난 지략가 중 한 사람인 사마휘를 만나게 된다. 이때 사마휘는 유비에게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잃어버린 길 위에서 길을 찾은 셈이다. 당시 47살이었던 유비는 27살 '복룡' 제갈량의 초가집에 세 번을 찾아간 끝에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유명한 삼고초려(三顧草廬)다. 천하의 모사를 얻은 유비는 그와의 관계를 수어지교(水魚之交), '물 만난 물고기'라 했다. '룡'이었던 제갈량이 '물고기'가 되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건 역시 스무 살 ..'CBS의 날'이 된 '제1회 기자의 날'
2006년 5월 20일은 잊혀지지 않을 날이 될 것 같다. '제1회 기자의 날'인 이날은 다소 거하게 얘기하자면, 한국 언론사에 'CBS의 날'로도 길이길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반세기만에 기자협회축구대회 3위 입상의 저력을 보인 CBS의 자랑스런 축구 전사들. 대회가 끝난 뒤 축구팀 감독을 맡은 경제부 김모 선배는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기염을 토했다. 사실 이 코멘트는 너무나 CBS적인 것이다. '배고프다'는 곧 '헝그리 정신'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의미이며, 실제로 CBS는 21세기에도 '헝그리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독종 언론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CBS기자가 '헝그리'한 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CBS기자가 '헝그리 정신을 갖고 있다' 또는 '헝그리 정신밖에..박근혜 대표의 '무단횡단'
민주화항쟁 26주년을 맞은 광주에서 박근혜 대표가 연 첫 유세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이었다. 당초 예정된 '민주의 종' 앞 유세는 남총련 대학생들의 시위로 무산되고, 박근혜 대표는 두번째 유세 예정 장소였던 광주우체국 앞에서 첫 마이크를 잡았다. 80~90년대 운동권에서 자주 쓰인 용어 가운데는 '택'이란 게 있다. 무식의 소치로 정확한 어원을 알지는 못하고 있으나, 대략 그날 집회시위 중 계속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전술'을 가리킨다고 보면 되겠다. 사실은 그 용어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던 시절에도 그 용어가 궁금해서 정확한 어원을 알아낸 적이 있지만, 지금은 다시 전혀 모르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운동권이 쓰던 '택'을 이제는, 운동권 앞에서 한나라당이 사용하고 있다. 시대가 많이 바뀐 건 분명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