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의 '선명성'↔이재명의 '모호성'
차기대권 승부처는 중도…구도는 결국 '尹 vs 李'
'모호성'으로 0.73%p 신승 거둔 尹, 그날밤 '선명성의 화신'이 되다
국민 모두에 뚜렷이 각인된 尹의 선명성, 누가 나와도 차기대선 '상수'
'선명성'의 대명사였던 李, 중도실용주의 '모호성'으로 승부
등소평의 '흑묘백묘', DJ의 '반발짝론', MB의 '실용주의' 전철 밟을까
'최대변수' 선거법 2심 관전포인트 아이러니하게도 '허위의 모호성'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11차에 걸친 탄핵심판 변론은 이 짤막한 사과가 담긴 장황한 최후진술로 25일 밤 막을 내렸다.

"북한 공산세력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그의 순간에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길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는 국회 측 규정이 선명하게 대조됐다.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그 계획을 계속 모르고파 중략)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는 꿈을 같이 꾸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탄핵이 기각되고 대통령 자리에 복귀하면 다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크다"며 악몽을 꾸는 사람이 더 많을게다. 꿈을 경계하라는 '계몽'(戒夢)이었던 건가.

실제로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18~20일)에선 탄핵 찬성 60%, 반대 34%의 여론 지형을 나타냈다. 자신을 중도층이라 밝힌 응답자 가운데는 69%가 파면에 찬성했다.

전체 응답자의 53%, 중도층에선 62%가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결국 파면될 것이며,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뀔 거라고 보는 시각이 다수란 얘기다.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4.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제 헌법재판소는 다음달 중순쯤이면 그의 파면 여부를 알릴 것이다. 다만 5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조기대선이 현실화되더라도, 절반 이상의 주인공은 여전히 윤석열 그다. 2024년 12월 3일, 그날밤 온 국민에게 각인시킨 충격과 이미지가 너무도 선명해서다.

현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누가 서더라도 윤 대통령, 정확히는 그의 내란 사태와 무관한 선거를 치르긴 불가능하다. 그와 결별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역설적이게도, 3년전 치러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승부수는 '모호성'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까지 승승장구하다 적진에 옮긴 그의 가치관과 인식체계를 정확히 가늠하긴 쉽지 않았다. 선거 막판까지 각종 정책에서 '좌클릭' 용어가 구호처럼 따라붙었다.

0.73%p 신승일지언정 '모호성' 덕에 거둔 그의 승리는 3년이 지난 지금, 12월 3일 그날밤의 '선명성'으로 바뀌어 차기 대선의 상수가 됐다.

내란의 반대편 상수는 어찌됐든(또는 어차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일 터. 기본소득에서 보듯 '선명성'의 대명사로 여겨져온 이 대표는 이번에도 '모호성'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대선때도 이미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좌우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내세웠던 중도실용주의는 "좌파? 우파? 국민은 배고파!"로 변주됐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부터 "국민보다 반발짝만 앞서 가라"는 DJ의 '반발짝론', MB의 '실용주의'까지 오마주는 많다. 중도-수도권-청년, 이른바 '중수청'을 겨냥한 의도적 우클릭으로 승기를 다지겠다는 포석이 읽힌다.

'선명성'은 이 대표에게 집토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여차하면 산토끼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엄연하다. 외교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모호성'이 관건인 배경이다.

그의 대권가도에 마지막 남은 변수가 될 선거법 2심 결심공판이 26일 이어진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1심 선고가 대법원까지 확정되면 의원직도,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다음달말쯤 선고될 2심의 관전 포인트가 공교롭게도, 허위사실 공표의 '모호성'인 건 우연의 일치일까.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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