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누가 그 우물에 독을 끼얹는가
1923년 관동, 2025년의 명동"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도대체 인간이란 어떻게 된 존재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1910~1998) 감독은 열네살때 목격한 그날을 이렇게 자서전에 회고했다."일그러진 표정의 어른들이 '여기다!', '아니, 저기야!' 하고 소리치면서 우왕좌왕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나는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동네 우물들 중 한 곳의 물을 퍼먹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이유인즉슨 그 우물 둘레에 쳐진 벽 위에 하얀 분필로 이상한 부호가 적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물에 독을 탔음을 표시하는 한국인 암호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추론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실은 그 부호라는 게 바로 내가 휘갈겨놓..[칼럼]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사회적 타살 편에 서려는가삶과 죽음의 경계 내몰리는 생명들그 누가 경쟁력이나 비용 운운할 수 있나"세계 10위 경제강국 위상, 노동자 안전으로 증명" 정부 수립후 노동국→노동청을 거쳐 1981년 승격된 노동부가 '고용'이란 머릿표를 이마에 붙이게 된 건 2010년 이명박 정권 때였다. '놈 자(者)'가 싫었던지 대선 끝나자마자 '당선자'도 '당선인'으로 통일했던 그 정권은 부처 약칭도 '노동부' 아닌 '고용부'로 확정해버렸다.개발독재의 시대, 아니 지금까지도 '근로'(勤勞)라 불리기도 하는 노동(labor)의 가치가 '국가'(누구에겐 수익모델로 여겨졌던) 공인하에 고용(employment)의 후순위로 밀린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일자리정부를 국정 최우선과제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칼럼]관저도 병상도 '요새' 삼는 尹부부
분노도 부끄러움도 왜 항상 국민 몫인가나라 전체가 그들만의 요새이자 서식처였다내란 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씨.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씨는 경찰의 3차 출석 요구에 불응하겠다는 의견서를 17일 제출했다. 다만 자애롭기 그지없게도, 서면조사나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출석 조사는 고려해보겠다는 의견을 같이 담았단다.그 하루 전날, 윤씨의 아내 김건희씨는 서울 한 대형병원에 찾아가 지병을 이유로 입원했다. 그 사흘 전 외래진료를 받은 뒤 입원을 결정했으나 "위중한 상황은 아니다"란 설명도 흘러나왔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이미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출석 조사'를 자애롭게 검찰에 시전한 바 있다.위중 여부는 모르겠다. 관심도 사실 그닥 없다. 그러나 타이밍만큼은 인정한다. 절묘한 동시에 운명적이다...[칼럼]어른이 어른어른하다
진짜 어른들의 얘길 잘 새겨듣자이 비정상의 시간에 중립하지 말자. 평균인의 삶을 살자. 보편적인 우리가 더 부지런하자. 그리고 사회에 갚자. 일단은 6월 3일이 온다. 정상의 시간이 어른어른하다.1960년생인 내란 우두머리 파면 과정에서 '어게인(Agian?)' 세력의 갖은 으름장을 온몸으로 견뎌낸 이가 많다. 모진 시간 끝에 외려 인동초로 빛난 1965년생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도 그 한 명이다. 곱씹고 곱씹어도 향기가 듬뿍 밴 그의 인사청문회때 발언을 다시 옮기지 않을 수 없다."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습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 그런데 국민 평균 재산을 좀 넘어선 것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습니다".신고 재산 6억 7545만원, 그 가운데 본인 명의 재산은 4억원에도 못..[칼럼]윤석열의 '선명성'↔이재명의 '모호성'
차기대권 승부처는 중도…구도는 결국 '尹 vs 李''모호성'으로 0.73%p 신승 거둔 尹, 그날밤 '선명성의 화신'이 되다국민 모두에 뚜렷이 각인된 尹의 선명성, 누가 나와도 차기대선 '상수''선명성'의 대명사였던 李, 중도실용주의 '모호성'으로 승부등소평의 '흑묘백묘', DJ의 '반발짝론', MB의 '실용주의' 전철 밟을까'최대변수' 선거법 2심 관전포인트 아이러니하게도 '허위의 모호성'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11차에 걸친 탄핵심판 변론은 이 짤막한 사과가 담긴 장황한 최후진술로 25일 밤 막을 내렸다."북한 공산세력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칼럼]늦어서 죄송합니다…전우원 감상기
각성의 뒷배는 누구인가…새로운 뒷배가 된 그들 사과도 어렵지만…더 큰 용기가 필요한 건 용서 43년전 5·18로 가는 문턱엔 언제나 4·3 제주 있어 반성조차 없는 게 日뿐일까…요원한 '진실과 화해' 사과(謝過)는 용기(勇氣)다. 그래서 보통 늦다. 내 잘못인데도 아직 사과하지 않은 가족이, 친구가, 또는 동료가 이 글을 읽는 지금도 한 명쯤 떠오를 것이다. 월요일부터, 글 초입부터 너무 큰 숙제를 드렸다. 사과도 어렵지만,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건 용서(容恕)다. 사과한다고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러니 사과보다 늦을 수밖에,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화해(和解)는 또 어떤가. 사과와 용서가 있어야 이뤄지는 절차다. 사과도, 용서도, 화해도 느리고 힘든 세상이다. 저마다 이해를 좇아 내놓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