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사회적 타살 편에 서려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 내몰리는 생명들
그 누가 경쟁력이나 비용 운운할 수 있나
"세계 10위 경제강국 위상, 노동자 안전으로 증명"

정부 수립후 노동국→노동청을 거쳐 1981년 승격된 노동부가 '고용'이란 머릿표를 이마에 붙이게 된 건 2010년 이명박 정권 때였다. '놈 자(者)'가 싫었던지 대선 끝나자마자 '당선자'도 '당선인'으로 통일했던 그 정권은 부처 약칭도 '노동부' 아닌 '고용부'로 확정해버렸다.

개발독재의 시대, 아니 지금까지도 '근로'(勤勞)라 불리기도 하는 노동(labor)의 가치가 '국가'(누구에겐 수익모델로 여겨졌던) 공인하에 고용(employment)의 후순위로 밀린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일자리정부를 국정 최우선과제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의지를 천명하는 의미"라고 머릿표 부착의 의도를 강조했다. 

그러면 고용이라도 좋았어야지. 그 5년간 체감실업률은 11~14%에 달했고, 청년 실업 등 고용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됐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고용이 그랬으니 노동은 두 말할 나위 있겠나. 그로부터 15년. 대한민국이 처한 노동 현실은 켜켜이 쌓여온 역사의 한 자락일 것이다.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노동士나 노동人으로 부르진 않는)가 지난해만 2098명이다. 이 가운데 827명은 추락하거나 끼이거나 깔리는 등의 사고로 숨졌다. 나머지 1271명은 질병으로 시름시름 생명을 잃어갔다.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인 '중대재해' 사망자도 589명에 이른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재명 정부 5년의 청사진을 담아낼 국정기획위원회 대국민 보고 대회가 13일 열린다지만,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또다시 강조한 그 지점에 '가장 중요한' 청사진이 녹아 있다.

"사람 목숨만큼 중요한 게 어딨겠습니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 사는 문제에 위협을 받으면 안되겠죠. 그리고 특히 살기 위해서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되어선 절대로 안됩니다".

백번 천번, 십년 백년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얘기다. 생물학적 삶과 죽음의 경계에 내몰리는 생명들 앞에서 경쟁력이나 비용 운운할 '者' 그 누구인가.

날마다 두 명꼴로 생을 달리하는 노동 현실이 대통령의 '질타'와 당국의 '제재' 만으로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노동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바른 인식과 제도 체계, 법 개정이 필수불가결하다.

국정기획위는 일단 1만명당 0.39명꼴인 산재 사망사고율을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029명으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평균 227.7일에 달하는 산재 보상 처리 기간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노동 분야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8조원이 책정된다고 한다. "세계 10위 경제강국 위상을 노동자의 안전으로 증명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800조원인들 아깝겠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말이다.

 

2025-08-1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