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무서워하는 것



"일부 언론에서 '盧의 남자를 자처하는 유시민'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명백한 소송감이다. 내가 언제 자처한 적이 있나".


열흘전쯤 유시민 전 장관(이하 존칭 생략)을 만나 한 잔을 걸쳤다. 정확히 얘기하면 대낮에 같이 차를 마셨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몇몇 다른 기자들과 함께였다.

'盧의 남자를 자처한 바 없는' 유시민은 대신 '盧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격'이란 수식어를 기자들에게 추천했다. "그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부연 설명도 뒤따랐다.

사실 유시민에게 더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한 시트콤 제목에 녹아있다. 바로 '거침없이'다. (유시민이 '하이킥'까지 잘하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 없는 것 같다).

다만 그날 담소에서는 그런 유시민을 한자락 '거치게' 만드는 존재도 꽤 여럿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언론이다.

유시민은 지난 3년간 언론을 상대로 제소 한 건 안했다고 '고백'했다. 해봤자 자신만 손해라는 것. "괜히 언론에 삽질 한 번 했다간 포크레인으로 얻어맞는다"고 운을 떼더니 "그래서 가만 있으면 또 만만해서 마구 팬다"고 푸념했다.

유시민은 "그냥 팔자이거니, 운명이거니 여기기로 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처럼 용감하지 못한 거지"라고도 했다.

그를 '거치게' 만드는 또다른 존재는 사실 뜻밖이었다. 그전까지는 그와 관련해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던, 바로 '가족'이다.

유시민은 본인이 '정치'하는 걸 가족들은 별로 안 좋아한다며 고민의 일단을 털어놨다. "뭐하러 이러고 사냐"고 가족들에게 부쩍 핀잔을 듣는다는 것.

그는 "우리 집사람은 내년에 국회의원 임기 마치면 정치 그만두고 파주출판단지에 사무실 내고 책이나 쓰라고 한다"고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유시민의 지역구는 경기 고양덕양갑이다.

고등학생인 딸도 유시민을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 중 한 명이다. "무슨 싸가지 없다, 이런 얘기 나오는 걸 우리 딸도 인터넷에서 다 보더라고"하며 한숨을 내쉰다. 한 측근도 곁에서 "가족 때문에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귀띔했더랬다.

그랬던 유시민이 가장 '극단적' 정치 행위의 하나인 대선 출마 선언을 오는 18일쯤 하기로 했다. 역시 최종 관문은 가족이었던 듯, 지난주 필리핀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뒤 최종 결심을 내렸다고 한다.

개인적 상황에서는 '최대 난관'을 돌파한 유시민. 그가 평소 이미지대로 '거침없이' 대선가도 역시 돌파해낼 지는 물론 미지수다.

그러나 고비 고비, 어렵게 '오케이'를 내준 가족은 그에게 큰 힘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2007-08-07 오후 5:22:04 | ONnOFF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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