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보호 없는 '주거복지' 역효과 우려

정부가 다음주 발표할 '주거복지 로드맵'에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 대책은 사실상 제외시키기로 했다.

대신 8.2대책부터 강조해온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에 방점을 찍겠다는 방침이지만, 세입자에게로 부담이 전가될 거란 우려만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28일쯤 내놓을 '주거복지 로드맵'은 문재인정부 임기 5년간 주거 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것으로, 당초 지난 9월말 공개될 예정이었다.

세 차례 연기를 거친 끝에 나올 로드맵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공시가격 6억원 넘는 주택에 대해서도 임대주택 등록시 건강보험료 인하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혼부부를 위한 수도권 공공주택 7만가구 등 연간 17만호의 공적임대주택 공급 방안도 포함된다.

당국은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안정화 방안'은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으로 언급하되, 이번 로드맵에선 사실상 제외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현재 전월세 시장이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는 걸 감안해 일단 제외하기로 당정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여권내 조율 과정에서 국토부는 도입 추진에 무게를 실었지만, 김수현 사회수석 등 청와대 일부에서 난색을 표했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후문이다.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에 일단 정책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참여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반발에 부딪혔던 '트라우마'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달부터 청와대 앞에서 세입자 보호대책 및 후분양제 도입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간 상태다.

시민단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월세가격 상승률은 47%, 전세가격 상승률은 30.5%에 이른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의 월세는 50.1%, 전세가는 30.7% 치솟았다. 2년마다 이사를 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도 177만 4천원이다.

따라서 미국 뉴욕이나 독일 베를린 등 해외 대도시처럼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프랑스의 경우 최소계약기간을 3년, 독일과 영국은 기간 제한 없는 임대차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참여연대측 김남근 변호사는 "지금은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거나, 아니면 나가라고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시스템"이라며 "임대업 등록과 임대차 안정화 방안을 투트랙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들의 조세 저항과 편법에 부딪혀 임대사업자 등록이 장기화될 개연성이 큰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이 주거 불안에 내몰릴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다. 특히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나서는 다주택자들이 임대료 인상으로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는 "임대차 안정화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며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비정상' 현실을 이제는 '정상화'할 시점"이라고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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