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보호 외면' 임대등록방안…서민 부담만 커지나

정부가 13일 다주택자를 겨냥한 임대주택 등록 유도책을 내놨지만, 정작 서민 부담만 커질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임차가구가 835만 가구에 서울만 해도 전체 가구의 60%에 이르지만, 주거안정 대책의 알맹이로 여겨져온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방안'은 정부 대책에서 또다시 빠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이날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0년 이후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대차시장 DB를 통한 현황 분석, 등록 의무화 등과 연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세입자 보호 방안을 2020년 이후 '중장기 과제'로 미룬 셈인데, 보유세 개편 등과 함께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현정부 임기내엔 도입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박선호 주택토지실장은 "임대등록 의무화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는 향후 5년간의 주거복지 로드맵 실행기간 안에 정부가 추진할 과제라는 점을 이번에 확인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2022년까지 등록임대 200만호와 공적임대 200만호 등 공적 규제가 적용되는 임대주택을 400만호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는 이들 주택 비율을 현재의 23%에서 임기말까지 45%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세금과 건강보험료 감면 유인책이 자금력을 갖춘 다주택자들에겐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과연 등록률이 정부 목표대로 높아질지조차 일단 의문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현재 민간 임대시장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와 사회보험료 부과가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어떤 세금 감면 혜택을 주더라도 임대인의 입장에선 혜택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냥 버티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행여 정부 목표대로 등록률을 달성한다 해도, 더 큰 문제는 보호 울타리 바깥에 있는 55%의 세입자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정책위원은 "이번 방안 자체로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유인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각종 부담들이 오히려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우려들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에게 주어질 세제나 건보료 등의 불이익이 임대료 인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임대차시장 안정화'란 정책 취지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간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소득대비 주거비 지출이 최상위권인 상황에서 세입자 보호 방안을 최소한의 필요 조치"라며 "이미 선진국 주요 대도시에서 시행중인 제도를 유독 우리 나라만 늦추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주거비 부담에 짓눌리고 있는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전월세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주거복지의 핵심"이라며 "세입자 보호 대책이 빠진 주거복지 로드맵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장고끝 악수'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번 대책은 내년 4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 부과 시행을 앞두고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세입자 보호 방안들이 도입됐다면 임대사업 등록 활성화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냈을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에겐 강력한 매도 시그널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분석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도 "임대사업 등록 인센티브가 약하고 혜택도 크지 않아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커졌다"며 "서울과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도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60여개 세입자 단체와 시민단체 및 종교계는 1천여명 규모로 공동선언인단을 구성, 1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과 좌담회를 잇따라 열어 정부 방침을 규탄하기로 했다.

이들은 "임대차등록제와 세입자 보호 대책은 선후 관계가 아니라 병행 도입해야 한다"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즉각 도입을 거듭 촉구할 예정이다.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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