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내몰림·투기대책도 없이…도시재생 '개문발차'

문재인정부가 대표적 부동산 공약인 '도시재생뉴딜' 사업의 닻을 올렸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평가가 이뤄진데다, 부동산 투기나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대책도 나중에 내놓기로 해 졸속 운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13일 열린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시범사업지 68곳을 확정, 내년 2월 '선도지역'으로 지정한 뒤 본격적인 도시재생에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에만 재정 4638억원과 기금 6801억원 등 1조 1439억원이 투입된다. 

이들 68곳엔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280억원씩 3~6년간 총 6조 7천억원가량이 투입된다. 여기에 내년 3분기쯤 100여곳을 추가 선정하는 등 임기내 500여곳에 50조원을 투입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이번 사업은 전면 철거 등이 뒤따르는 재개발 등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오래된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을 바꾸는 방식이다. 실패로 끝난 이명박정부의 뉴타운 사업과 차별화하겠다는 취지다. 

내년 시범사업만 해도 전국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고루 분포하다보니,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게 될 것이란 관측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서울시를 비롯한 투기과열지구를 사업지 선정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세종시가 자체 선정한 금남면의 '일반근린형' 사업도 최종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투기 논란을 잠재우려 부쩍 애쓰는 분위기다. 

금남면의 경우 집값과 땅값 모두 올해초에 비해 20% 이상 올라, 세종시 평균의 4배를 웃돌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뉴딜사업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 원칙으로 추진하는 만큼 사업 대상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급등, 투기발생 등의 문제가 있으면 사업 시행을 연기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넌센스'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지역마다 50억~280억원의 돈을 쏟아붓겠다고 정부 스스로 발표해놓고도 "돈을 받았다고 얘기하면 다시 빼앗겠다"는 식의 모순된 미봉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국장은 "도시재생을 하면 환경이 달라져 지가나 임대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부동산이 뛰면 중단하겠다'는 건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놓고도 우려가 크다. 정부는 당초 매년 110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9월말 갑자기 "올해 안에 70곳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10월말부터 사업계획서 접수에 들어갔다. 

11월부터 평가와 컨설팅이 이뤄진 걸 감안하면 불과 44일만에 219개 신청사업, 즉 매일 5개꼴로 '속전속결 심사'를 벌인 셈이다.

남 국장은 "평가 기간이 너무 짧아 과연 심도있는 사업들이 제안되고 평가됐는지도 의문"이라며 "주민 참여와 역량 강화가 없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은 정부 의도와 달리 차별성도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초 내놓기로 한 '도시재생뉴딜 로드맵'에 부동산 시장 교란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비롯한 부작용 방지 대책이 제대로 담길지 주목된다.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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