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대책 내고 또 터지고…타워크레인 악순환 왜?


타워크레인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매번 한발짝 뒤쳐져 '곁가지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올들어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건설 노동자는 19명, 부상자도 46명에 이른다. 정부가 지난달 16일에야 뒤늦게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내놨지만, 그 이후 숨진 사람만도 벌써 4명이다.


이에 정부는 27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사고 우려가 높은 전국 건설현장 500곳의 타워크레인을 상대로 일제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타워크레인의 허위연식 등록 여부와 안전성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노후한 타워크레인이 '신형'으로 둔갑해 쓰이고 있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허위 등록 문제는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제기돼온 '해묵은 숙제'란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예방대책에도 허위 등록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9일 용인에서 사망자 3명을 낳은 사고 타워크레인도 '2016년'으로 등록된 '2012년도' 제품이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20년 이상 된 타워크레인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제한한다는 방침이지만, 제대로 된 '연식' 조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토부에 공식 등록된 타워크레인 6074대 가운데 20년 이상 된 경우는 20.9%인 1268대이다. 이 가운데 국산은 43%, 나머지 절반 이상인 수입산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타워크레인의 명판에 적힌 제조일자 정보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그동안 현장 노동자들은 제조연도가 다른 '짜깁기 타워'와 노후장비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지만 묵살돼왔다"며 "장비 등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점검은 국토부 위탁을 받은 민간기관이 진행하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지는 데다, 이를 감독할 검사 제도 역시 구멍투성이란 비판도 크다. 최 국장의 지적처럼 타워크레인은 국토부가 위탁한 6개 검사기관이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벌이고 있는데, 여기서 맹점이 발생한다.


타워크레인 안전관리는 2007년까지 고용노동부에서 맡다가 이듬해부터 국토부로 이관됐다. 이후 검사를 위탁받은 6곳 가운데 5곳은 민간기관인데, 용인과 평택 사고 크레인을 점검한 업체의 불합격률은 1.7%에 불과했다.


시민안전센터 박종국 대표는 "민간 검사기관이 검사를 대행해 크레인 대여업체로부터 일감을 따내기 때문에 '봐주기식' 검사가 횡행한다"며 "실제로 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업체는 대여업체가 기피하기 때문에 일감의 20%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인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에 검사 총괄을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건설노조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은 "기존 민간 검사 틀은 그대로 가져간다는 얘기와 다름없다"며 "규제 완화 논리로 민간에 넘긴 검사를 다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인 설치와 해체 작업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하루이틀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현장실습 6시간을 포함해 이론수업 36시간, 토론수업 8시간과 추락체험 2시간 교육만 받으면 크레인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도 고공 작업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구조다.


최명선 국장은 "그동안 신호수나 설치·해체 작업 모두 제대로 된 현장 교육이 없어 안전공단측에 계속 요구해온 게 사실"이라며 "건설기계 안전교육 실시와 타워 전문 신호수 등 검사와 자격 제도 전반에 대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크레인 작업자 교육과정을 144시간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이 정도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또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거나, 원청 책임을 도급에 한정하지 말고 '임대' 계약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엔 원청과 타워 임대업체 계약시 설치해체 노동자롤 직접 고용하도록 도급 조건을 달자는 것이다.


업계와 현장 노동자들은 27일 국토부 김현미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여전히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다수의 '현장 밀착형' 주문들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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