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된 한국…통계조차 없던 '철도 수출입' 시대 열릴까

남북 경제협력이 급물살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해운에만 의존해온 수출입 물류도 전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게 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내는 '국토교통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기준 국내 화물수송분담률은 공로(도로)가 91.3%로 비중이 가장 크다. 이어 해운이 6.7%, 철도 1.9%, 항공 0.1%를 맡고 있다.

여객 수송 분담률도 공로가 87.6%를 차지하고 지하철은 8.1%, 철도 4.1%, 해운과 항공은 각각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출입 물동량을 가리키는 국제 화물을 보면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해운의 분담률이 99.7%나 되고 나머지 0.3%는 항공이다. 

국내 수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로나 철도는 통계 자체에서 아예 빠져있다. 삼면이 바다인 상황에서 남북 분단으로 사실상 '섬'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뜻을 모은 대로 동해선과 경의선 등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내쳐 TSR(시베리아 횡단 철도)나 TCR(중국 횡단 철도) 등과 통하게 되면 물류 환경 전체에도 일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남북 교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유럽을 오가는 '육상 수출입 시대'가 개막하는 셈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나희승 원장은 "남북간 철도가 연결되면 연간 1억톤의 화물이 발생할 것"이라며 "중국의 동북3성 지역으론 연간 270만TU(2700만 톤), 극동 연해주 러시아 쪽으론 연간 70만 TU(700만 톤)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해주와 남포, 원산과 나진 등 북측 경제특구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속속 들어설 경우 다양한 고부가가치 물량이 오가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륙으로 뻗는 '가교',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거란 얘기다.

가령 지금은 부산에서 모스크바로 화물을 보내려면 배를 통해 한 달이 걸리지만, 동해선과 TSR이 연결되면 절반 가량인 2주로 시간이 단축된다.

또 인천에서 남포까지 컨테이너 하나를 옮기려면 배로 800달러가 들지만, 철도는 200달러로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품질 확보 측면에서도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나 스마트폰, 자동차 관련 물품 등이 얻게 되는 혜택이 상상을 넘어설 거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나 원장은 "고부가가치 화물은 늦게 도착할수록 감가상각이 크다"며 "컨테이너 하나당 숨은 부가가치를 100만 달러 정도로 보는데, 운송기간이 줄어들면 생기는 편익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 나라가 유럽까지 이어지는 '동북아 물류 허브'로 자리잡게 되면 연간 거둬들일 운송 수입만도 8천만 달러, 북한은 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물류뿐 아니라 관광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남북 철도 연결이 한반도 전체의 '경제 르네상스'를 이끌 척추 역할을 하게 될 거란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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