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격랑에 늑장추경까지…2% 성장도 만만챦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를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양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부진의 늪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이 돼야 할 추가경정예산까지 99일 만에야 뒤늦게 통과되면서,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대도 유지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2일 열린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수출 규제 대상도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서 857개 품목으로 대폭 늘어났다. 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중인 한국 수출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대상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이외에 여타 품목으로 확대됐다"며 "한국 기업들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의 조치가 실질적인 수출 금지로 격화하지 않는 한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감당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도 즉각 맞불을 지피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곧바로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맞대응이 반복되는 건 두 나라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견지해왔지만, 일본 조치에 따라 한국 정부도 이와 관련한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 모두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일본이 비상식적 조치를 강행한 만큼 응수가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2% 초반까지 내려앉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또 한 차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다가 지난달초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2.4~2.5%'로 소폭 하향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존 미중 무역갈등에 열도발 변수까지 불거지면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18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이 2.2%를 기록할 것으로 대폭 하향한 전망치를 내놨다.

최근의 전망들을 보면 이마저도 '후한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3개 기관의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기준 2.1%로, 한 달새 0.1%p 낮아졌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0%, IHS마켓 1.4%, ING그룹 1.4%, 노무라증권 1.8%, 모건스탠리 1.8%, BoA메릴린치 1.9% 등 10곳은 1%대를 전망했다.

정부는 다만 한일 갈등에 따른 성장률 하향 여부에 대해선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 제한조치 파급 영향이 아직은 명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하향 조정할 시기는 아니라 생각하고, 당분간 성장률 조정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성장률 하향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올해 추경예산이 99일 만에야 뒤늦게 국회를 통과한 데다, 이마저도 대폭 삭감된 점 역시 2%대 성장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부가 당초 6조 7천억원 규모로 제출한 추경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1조 3876억원이 감액되는 대신, 5308억원이 증액돼 전체적으로 8568억원이 순감됐다. 

가뜩이나 예년 추경에 비해 규모가 너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마당에 한층 더 예산이 삭감되면서 효과도 크게 줄어들 거란 우려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추경안을 처음 제출할 때만 해도 "성장률을 0.1%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정부 기대였지만, 근 100일만에 늑장 처리되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홍 부총리도 "6조 7천억원 추경안을 토대로 계산한 경제성장률 견인도가 0.09%p였다"며 "견인도가 당초 예상보다 약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일단 추경 처리가 당초 예상보다도 상당히 뒤늦게 처리된 만큼, 조속한 집행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홍 부총리도 "추경안이 확정되면 두 달 안에 70~80%를 집행할 생각"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주말인 3일 오전 곧바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 배정계획안 등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규모와 내용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한번 더 거쳐야 할 절차다.

홍 부총리 역시 이날 기재부 간부 회의를 소집,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따른 하반기 경제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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