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정봉주 vs '검사' 최재경…BBK '숙명의 대결'


정치권이 검찰의 BBK 수사에 강력 반발하며 탄핵소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40대 또래인 국회의원과 검사가 자존심을 건 '물밑 대결'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과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특수1부장이 그 주인공. 60년생인 정 의원과 62년생인 최 검사는 각각 'BBK사건 대책단장'과 'BBK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매 사안마다 정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정 의원은 줄곧 이 사건을 심층 추적하며 각종 근거를 제시해왔지만 검찰 발표로 '타격'을 입게 됐고, 최 검사 역시 신당의 탄핵 소추 대상에 포함돼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지난 5일 검찰의 발표 이후 진행되고 있는 'BBK 공방 2라운드'에서 각각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대한민국 검사'의 명예를 놓고 한판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정봉주 "메모 고의로 누락" vs 최재경 "중대한 명예훼손"

먼저 '창'을 꺼내든 쪽은 정봉주 의원. 정 의원은 12일 김경준씨의 자필 메모를 공개하며 검찰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이 김씨의 자필 메모를 근거로 "BBK 주식은 김씨가 100% 소유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정작 BBK 지분은 이명박 후보가 대표로 있던 LKe뱅크가 100% 소유했음을 입증해주는 또다른 메모는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봉주 의원은 "검찰은 김씨 메모를 주된 근거로 이명박 후보의 각종 인터뷰나 명함 등에 대해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이는 이명박을 무서워하고 있는 검찰이 덮어버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최재경 특수1부장은 즉각 발끈하며 응수했다. 최 부장은 정 의원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면서, 정 의원이 공개한 김씨의 또다른 자필 메모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이 공개한 메모는 구치소에서 김씨가 그려준 것으로 보이며, 작성 시점과 장소도 밝히지 않고 '검찰이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대한 명예 훼손이라는 것이다.

최 부장은 실제로 "그러한 명예훼손에 대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며, "정 의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 14일 탄핵안 표결 결과 따라 희비 엇갈릴 듯

'싸움닭'이란 별명이 붙어있는 정봉주 의원은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즉각 재반격에 나섰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다시 브리핑을 갖고, 해당 메모가 구치소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최 부장의 주장에 대해 "본인들이 조작 수사를 했지, 우리가 자료를 조작했겠냐"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해당 메모에 대해 "김경준이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제보가 들어온 것"이라며 "적어도 송환 이전이며, 사업 구상 단계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봉주 의원은 최재경 부장을 겨냥해 "무슨 상식과 판단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지 모르겠는데, 국회의원이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보이느냐"며 "조심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정 의원은 이어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지금 중앙지검에 가면 최 검사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은 뒤 "뭘 조심해, 그 사람 웃기는 사람이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정봉주 의원이 속한 신당이 낸 탄핵소추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신당은 오는 14일 탄핵안 표결 처리에 나설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릴 지 주목된다.

2007-12-12 오후 4: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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