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폭탄' 돌리는 정부…진상규명이 해답이다
"학생 여러분이 평소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생활 주변도 깨끗이 관리하는 좋은 습관을 몸에 붙이면 이런 전염병들은 얼씬도 할 수 없다". 보건교사의 입에서 나온 감기 대처요령이 아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대모초등학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메르스 처방'이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이라며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던 지난달 16일은 어떤 날인가. 이날 오전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3명 늘어나 누적사망자가 19명으로 늘어났다. 숨진 3명 중 2명은 평소 지병도 없던 50~60대의 건강한 성인인데도 메르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로부터 불과 나흘 전 대모초등학교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삼성서울..사태 키운 '정보 은폐'…'유언비어' 칼날만
메르스 사태 초반, 국민들은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에 맞서 자구책을 펼쳤다.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병원 명단을 공유한 것이다. 명단은 SNS의 파급력에 힘입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해당 명단에 거론된 일부 의료기관들은 '유언비어'라며 유포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SNS에 돌았던 글 가운데 상당한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 무혐의 처분됐다. 대혼란을 야기한 보건당국의 정보 비공개 방침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보름이 지나서야 방향을 튼다. 지난달 7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대통령께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24개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병원명이 퍼질 대로 퍼진 ..구조는 '언딘'에 방역은 '삼성'에…국가는 뭘했나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세월호가 가라앉은 2014년 4월. 1분 1초가 아까웠던 당시 구조 작업을 관장했던 해양경찰청은 해군이나 소방당국, 경찰 등의 외부 지원을 모조리 거부했다. 참사 당일 해경과 근처에 있던 민간 어선을 제외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들이 바로 소방방재청 산하 중앙 119구조단이었지만, 구조 작업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소방방재청은 사고 당일 오전 잠수사 20여명을 현장에 급파했지만, 해경은 '구조상황이 종료됐다'며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뒤이어 해군 특수전전단(UDT)과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이날 정오 무렵 현장에 도착했지만, 역시 해경의 제지로 세월호 주변 탐색 작업만 벌이다가 철수했다. 이후 해군의 SSU 대원들은 잠수사가 붙잡고 잠수할 수 있는 '생명줄'인 하잠색 ..'밀접접촉'과 '에어포켓'…가설이 화 불렀다
정부가 메르스 방역에 번번이 실패한 배경으로 '가설 집착'이 손꼽힌다. 가령 메르스 바이러스는 '밀접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되며,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는 14일이라는 식의 가설이다. 당국은 사태 초반부터 세계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은 이 가설들을 방역 시스템의 전제로 삼아 국민에 주입시켰다. 일례로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에서는 확진자와 같은 병실에 머무른 환자들만 밀접 접촉자로 규정했다. 2미터 이내 거리에 1시간 이상 같이 있던 사람만 감염 우려가 있다는 '추정'이 토대가 됐다. 감염의심군은 자연스레 최소한의 범위로 설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전제가 가설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후 국면에서 예외 사례가 터져나왔다. 같은 병실이 아닌, 10미터 이상 떨어진 1인실에 머물렀던 6번(71..여전히 '사령탑'은 없다…국민 못 지키는 정부
40명 가까운 국민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는 일년전 세월호 참사와 맞닿아있다. 구조와 방역을 민간에 떠넘겨 피해를 키웠을 뿐, 제대로 된 국가 대처나 콘트롤타워는 실종됐다. 한국형 재앙인 '코르스'란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여전히 '진행형'인 참사의 악순환을 막는 열쇠는 진상 규명일 수밖에 없다. CBS노컷뉴스는 세월호와 메르스 참사를 통해 박근혜정부 3년차 국가재난 시스템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기획 싣는 순서 ①여전히 '사령탑'은 없다…국민 못 지키는 정부 ②'밀접접촉'과 '에어포켓'…가설이 화 불렀다 ③구조는 '언딘'에 방역은 '삼성'에…국가는 뭘했나 ④사태 키운 '정보 은폐'…'유언비어' 칼날만 ⑤국민에 '폭탄' 돌리는 정부…진상규명이 해답이다 "메르스 청정지역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불..'샐리' 집착하다 '머피'에 당한 박근혜정부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안 좋은 쪽으로만 일이 꼬이는 상황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샐리의 법칙'(Sally's law)은 그 반대죠. 마치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돕는 것처럼, 모든 일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슬슬 잘 풀릴 때는 샐리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요.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 위기 국면을 한 달 넘게 지켜보면서 '샐리'와 '머피'를 떠올린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정부, 특히 보건당국은 '샐리의 법칙'이 통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졌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내에서 27명의 사망자를 낳을 때까지 이처럼 번번이 방역에 실패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방역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초반부터 줄기차게 나왔지만, 여전히 '..누가 박근혜 대통령을 '코호트 격리' 했나
지난 16일 오전 열린 보건당국의 브리핑에서는 평소처럼 발표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한 기자가 "방역체계를 더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상식적인 지적을 하자, 보건당국 관계자가 갑작스레 언성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당국 관계자는 "방역은 과학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며 "이를테면 재건축조합에서 1500명 전체를 자가격리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느냐"고 따졌습니다. 이례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접 비난한 겁니다. 또 "우리는 WHO에서 권고한 기준에 따라 방역체계를 가동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간병인, 보호자들이 통제받지 않고 환자들에게 노출돼 병원감염이 더 확산됐다"는 말로,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렸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져가는 메르스 사태 앞에서, 기자들은 물론 ..'숫자놀음'의 덫…사라진 '노후보장'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놓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논리의 덫'에 빠졌다. "노후 보장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는 당초의 여야 합의 내용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정책 목표가 '노후 보장'보다는 '충분한 적립금 보유'에 치중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6일 오후 낸 해명자료를 통해 "기금 소진시점 2060년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의 재정상태를 나타낸 결과 값이지, 국민연금이 지향하는 목표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기금규모가 크다는 것은 운용의 문제이지 그 자체가 문제라곤 할 수 없다"며 "우리 나라는 제도 초기부터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적립금 보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