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누가 그 우물에 독을 끼얹는가
1923년 관동, 2025년의 명동"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도대체 인간이란 어떻게 된 존재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1910~1998) 감독은 열네살때 목격한 그날을 이렇게 자서전에 회고했다."일그러진 표정의 어른들이 '여기다!', '아니, 저기야!' 하고 소리치면서 우왕좌왕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나는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동네 우물들 중 한 곳의 물을 퍼먹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이유인즉슨 그 우물 둘레에 쳐진 벽 위에 하얀 분필로 이상한 부호가 적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물에 독을 탔음을 표시하는 한국인 암호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추론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실은 그 부호라는 게 바로 내가 휘갈겨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