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데자뷰' 중대본 '트라우마'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3일로 18일째입니다. 200여명이 사망했고 70여명을 아직도 찾지 못했습니다. 지칠대로 지친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대형 전광판에는 전날 오후 안 좋은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이번엔 지하철 충돌사고였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고 200여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하는데, 또 터진 안전사고에 취재진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부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나 봅니다. 보도가 난 지 몇 분 만에 신속하게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구성됐습니다. 사고수습본부가 꾸려졌다고 하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조직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떠올랐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인재(人災)를 넘어선 관재(官災)라고 불리우는 이유가 된 이..'다이빙벨 피자' 논란의 전모
지난달 29일 새벽 6시 진도항. CBS 기자를 포함한 취재진 10여명과 실종자 학부모 2명은 다이빙벨을 실은 알파 바지선에 승선했습니다. 다이빙벨은 잠수사들이 오래도록 잠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중 잠수장비입니다. 그냥 잠수장비일 뿐이지만 다이빙벨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구조를 주도 하고 있는 해경 측에서 다이빙벨 투입을 막았다'는 의혹부터 '다이빙벨은 위험하다',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주장까지 찬반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하는 민간 잠수업자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일부 보수 언론에선 색깔론까지 제기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푸..'다이빙벨 철수' 저만 납득이 안되나요?
지난 1일,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돌연 철수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저는 새벽 사이에 이 대표 측이 선체 수색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나치리만큼 '마스터키' 취급을 받던 '다이빙벨'이 정말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진도항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이 대표 측이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도 시신을 한 구도 찾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현장을 직접 살펴본 실종자 가족 대표들의 설명은 기대에 못 미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닻줄을 내린다더니 언딘 측 바지선에 밧줄로 묶어놨을 뿐이다", "몇 시간이고 수색할 수 있다더니 실제 수색 시간은 기존 방..참사 현장의 '밥셔틀'과 '우산받이'
"여기 정말 가관이야. 실종자 가족들은 비를 맞으며 가족을 애타고 기다리고 있는데, 와서 뒷짐지고 씌워주는 우산 쓰고 다닌다. 쯧쯧".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전화기 너머로 들은 하소연입니다. 여객선 침몰 사고가 난 후 한 정치인이 현장을 방문했는데, 꼭 이렇게 했어야 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하는 전화였습니다. 꼭 정치인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소위 고위공직자라고 하는 이들의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이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데, 이 곳에는 때아닌 '밥셔틀'이 등장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성이 큰 쟁반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마치 부페에 온 것처럼 밥 두 공기와 국, 반찬을 ..과연 선장만이 '살인자'인가
사고 둘째 날, 현장에 가장 먼저 닿아야 할 사건기자로는 뒤늦게 진도항으로 내려가는 버스. 단정히 기름을 바른 머리에 정장을 차려입은 노신사가 앞자리에 앉아 전화를 겁니다. "거 내 덕분에 해경에서 배도 나오고 했으면 알아서 모셔야지! 그 정도 해서 그나마 애 친구들이라도 구했으면 눈치챌 거 아니오! 고럼 고럼, 나 아니면 아직도 배 한 척 못 나갈 것을. 내 당장 차 돌리려다 상황이 절박하니까 그래도 전화하는 줄 아쇼". 사건 초기 진도항에는 사기꾼, 협잡꾼, 도둑, 폭력배가 난무했다고 합니다.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들은 자신이 구조 전문가라거나 정부 고위층과 연이 닿았다는 식으로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며 피해 가족들을 유혹합니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목숨값을 내놓으라는..설 곳 잃은 '피에타'…누구를 위한 '행복기금'인가
"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세요. 남편 병신 되면 우리 가족은 모두 끝이에요". 베니스가 황금사자를 안긴 영화 '피에타'는 불법 대부업체나 사채 빚에 내몰린 대한민국 서민들의 지옥같은 삶을 보여준다. 소득이 낮아서, 신용이 낮아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생사의 문턱에 선 우리 이웃들이다. 하지만 정부가 25일 확정해 발표한 국민행복기금은 이들의 어려운 삶과는 무관해 보인다. 오는 29일 공식 출범할 '국민행복기금'의 수혜 대상자는 대략 33만명이다. 지난 2월말 기준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을 받아 6개월 이상 연체중인 사람들이다. 정부는 금융회사나 대부업체에 연체 채무가 있는 134만명 가운데 약 59만 5천명의 연체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은행권이 16만 5천명, 비은행이 39만 9천명, 대부업이 3만 1..최대 국정과제는 '언론자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오른손을 들고 약속했다. 그 선서의 첫마디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였다. 그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명제로 시작한다. 약속의 대상도, 이 나라의 주인도 국민이란 뜻이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서한 대로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5년 임기 동안 헌법을 준수하는, 주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길 바랄 뿐이다. 사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헌법대로 하면 된다. 그게 준수의 사전적 의미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고 했다. 사실 국민들도 '완료형'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난 5년을 지나보니 민주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헌법대로 하면 되는데, 막상 권력을 쥐면 반대로..'철수'로 '상수'가 된 安…文은 존폐걸고 뛰라
며칠전 SNS에 이런 글을 썼다. 대의를 위해 모든걸 버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정당성과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안철수가 내려놓은 2012년 11월 23일은 우리 정치에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정치에 이렇게 가슴 뭉클하고도 저릿하게 만든 순간이 또 있던가. 먼저 사퇴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모든 걸 내려놨다. 솔로몬에게 판단 근거를 줬던 그 감동, 지금 온 국민이 느끼고 있으리라 본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안철수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정치에 제대로 된 상수가 생겨난 것이다. 그것도 새정치를 내건. 그리고 그런 그가, 문재인 후보를 성원한다고 했다.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새 정치의 시작. 안의 그간 행보와 메시지를 유심히 살펴보면,..記者의 '四益'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기자 앞에 사익(四益)이 있다. 그 하나는 사익(邪益)이다. 사사로운 영달 앞에 불의도 불사하며 기자를 파는 부류가 있다. 흔히 말하는 '구악'으로, 이미 기자임을 포기한 기자(欺者)들인 셈이다. 그 둘은 사익(私益)이다. 불법을 자행하진 않으나 오직 자신의 영달만에 따라 펜을 움직이고 운신한다. 이기만 추구하는 기자(己者)라 할 수 있다. 역시 의롭진 않다. 그 셋은 사익(社益)이다. 그래도 이기 단계를 넘어 몸담고 있는 조직과 사회를 위해 움직인다. 자신의 삶터, 자신의 일터를 중시하는 기자(基者)로 부를 수 있으나, 결국은 사익(私益)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넷은 사익(史益)이다. 기자(記者)의 본연이라 할 수 있다. 선사(先史)를 올곧게 평가하고 현사(現史)를 냉정하게 기록해 후사(後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