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 사흘간 '정치' 벗어난 까닭
"내가 상주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도리 아니겠나". 지난 13일 오후.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벌떼 같이' 달려든 캠프 참모들의 반대를 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측근들은 "하룻밤을 보내고 오시면 되지 않느냐"고 붙잡았지만, 정 전 의장의 생각은 달랐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저녁 측근과 지인들의 만류를 뒤로 한 채, 곧바로 전주로 내려갔다. 숙부의 부음 소식 때문이었다. 전날 오랜 동반자이자 경쟁자였던 김근태 전 의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국이 요동치던 시점, 다음날은 열린우리당의 진로가 결정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15일 오전 발인을 마칠 때까지 '여의도'와 250km 떨어져, 전주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를 밤새 뜬눈으로 지켰다. 다음날인 14일 오전 예정돼있던 시민사회세력의 정대..연일 뭇매맞는 '전여옥표 독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이 이른바 '독설'(毒說) 때문에 동료 의원들로부터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의 한 명인 심상정 의원. 심 의원은 2일 논평을 통해 "정반대편에 선 동료 의원의 소신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정치적 예의'가 아니기에 웬만하면 넘어가려 한다"면서도 "하지만 전여옥 의원의 발언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한참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이 이날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을 기도한 허세욱 씨에 대해 "막장 인생 15년, 벼랑끝 인생인 분이 왜 이렇게 몸을 던져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인 건 '금도를 넘어선 발언'이라는 것. 심상정 의원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 허세욱 씨와 그 가..굶으면 죽고 나가면 춥다
▶정치권에 회자되는 얘기 가운데 "나가면 춥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1월말 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 움직임이 한창 화두로 떠올랐을 때던가. 원혜영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YS의 명언 중에 '굶으면 죽는다'란 말이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나가면 추운 거 아니냐"며 탈당파를 간접 비판했었다. 겨울 날씨가 한창이던 때라 "아무리 추워도 지금 나가서 모내기할 수는 없는 이치"라며 "봄이 와야 씨뿌리고 할 것 아니냐"고 했던 것도 같다. YS가 정말 "굶으면 죽는다"고 얘기했는지는 필자의 기억력이 짧아서 잘 모르겠다만, 사실이라면 대단한 명언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데나 갖다붙여도 통용될 수 있는 명제 아닌가. 굶으면 당연히 죽을테지. 다만 YS의 또다른 명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에 비하면 ..이명박의 '뉴-빅3' 論 해부
현 시점에서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단연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그런 그가 2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구도가 처음에는 삼자(三者) 대결로 가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양자(兩者) 대결로 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유력 대선 주자가 '본선' 구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다, 그가 이미 내년 12월 19일까지 단계적인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건 '양자 대결'보다는 초반의 '삼자 대결', 이른바 '뉴 빅3'를 누구로 상정했느냐는 점이다. ◆결론은 '범여권 후보 vs 한나라당 후보'= '양자 대결'이야 '범여권 단일후보 vs 한나라당 단일후보'를 지칭했음은 명약관화하다. 물론 그간 ..'대세론'을 노린다…고개드는 '昌대망론'
최근 대외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향후 행보에 초미의 관심사가 쏠리고 있다. 내리 패배하기도 했지만, 두 번의 대선에서 연속으로 절반에 가까운 국민 지지를 얻었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전 총재는 5일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4년만에 참석한 당 공식 행사에서 '정계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실제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것(정계 복귀)에 다 묻히고, 그 얘기만 토픽이 된다"는 이유였지만, 이같은 대답은 'NCND'(긍정도 부정도 안 함) 수준을 넘어 사실상 '긍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이 전 총재는 과연 '무엇'을..남한 세 번 찾아온 '인민군 朴대장'
▶영화 '실미도'로 유명해진 북파 공작부대인 '684 부대'가 북한의 '124 부대'를 모델로 창설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124 부대'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도 계실텐데, 68년 1월 21일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던 '김신조 일당'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누군가의 '목을 따기 위해' 고도의 지옥훈련을 받았다는 점, 부대원이 31명이었다는 점에서 두 부대는 공통점을 지닌다. '적국'의 수도 한복판까지 잠입해야 하는 임무, 게다가 가장 경계가 삼엄한 국가 원수의 침실까지 침투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임무를 지녔다는 공통점은 당시 '전쟁 불사'의 남북관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124부대가 목적지인 '적국 수도'의 청와대 코앞까지 침투에 성공한 반면, 684부대는 '..미스테리로 남은 '아베 잠행 소동'
"아베는 잠행 형식으로 이미 두어번 몰래 방한한 일이 있다". CBS의 확인 요청에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외교부 관계자는 마치 '미리 입을 모은 듯' 얘기했다. 아베가 지난 10월말 비공식으로 방한했다는 내용은 이미 공개된 바 있지만 이를 다시 확인한 데는 연유가 있다. "지난 3월 아베가 몰래 방한해 이명박 전 시장만을 만나고 갔다"는 일종의 '설(說)'이 정치권에서 나돌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일본의 '유력 차기 총리'였던 인물이 몰래 한국에 잠입해, 당시 국회의원도 아니었던 한국의 '유력 대권 후보 단 한 사람만' 만나고 갔다면 시쳇말로 '얘기'가 되는 건 물론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이 몇몇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지난 3월"임을 거듭 언급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기사를 완성하고 세상에..경륜의 유머 보여준 '자동폭탄주'와 '和에는 甲'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11일 한나라당 한 모임이 초청한 간담회에 연사로 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 사건'이다. 본류를 거슬러 따지자면 군사정권 시절에는 첨예한 대척점에 서있던 양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색한 만남일 수도 있던 이날 자리를 시종 화기애애하게 만든 것은 중진 정치인들의 연륜에서 배어나온 유머였다. 한화갑 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한나라당이 저를 만나자고 하신다길래 혹시 한나라당에 무슨 변동이 있나해서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왔다"고 운을 뗐다.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개봉박두한 정계개편에 쏠려있는 점을 빗댄 농담이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박희태 부의장이 오신다길래 왔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DJ정권 시절 여야 원내총무로서 때론 부딪치고 때론 타협했던 사이다. 자연스레..'소주'와 '보드카'의 차이
참여정부 들어 한미간 엇박자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된 대정부 공세 논리였다.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논란 역시 이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작 한미간 현안에 대한 시각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곳은 한나라당임이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14일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이날 오후 버시바우 대사의 예방을 맞은 강재섭 대표는 "한미 관계가 노무현 대통령 정권 들어 상당히 위기"라며 "현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겉으로만 한미 관계가 좋다고 할 뿐 실상은 그렇지 않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이제 정부만 믿고 있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미국과 여러 채널을 유지해 미국의 진심과 우리의 갈 길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행동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